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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헤스 인터뷰집 <보르헤스의 말> #1 - 동네 할아버지 보르헤스

mayiread 2022. 3. 30. 16:11

 

 

마음산책은 인터뷰 총서인 '말' 시리즈를 출간해왔는데, 칼 세이건, 헤밍웨이, 코난 도일, 한나 아렌트와 같이 각계 저명인사들의 인터뷰집을 번역해 총서 형태로 묶은 것이다.

14개의 '말' 시리즈. 미 대법관 긴즈버그 인터뷰집을 포함해 계속 출간 중이다. (출처: 동아일보)

 

 


마음산책 대표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말' 시리즈의 기획 의도를 이렇게 밝혔다.

독자는 작가와 직접 부딪쳐 그의 ‘말’을 듣고 싶어 한다. 

 

뜨겁진 않지만 꾸준히 사랑받는 ‘총서의 세계’

출판인에게 ‘팔릴 책’과 ‘내야 할 책’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일은 쉽지 않다. 내야 할 책의 타깃이 대중이 아니라 소수라면 더욱 그렇다. 그것도 단행본이 아니라 총서(叢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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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작가의 구체적인 생각이나 '말'이 베일에 싸여 있어 신비로운 궁금증을 자아내는, 그래서 정말로 '부딪쳐 보고 싶은' 작가를 먼저 찾아야 할 것인데, 마음산책은 참으로 탁월한 선택을 하였다.

바로 <보르헤스의 말>을 출간한 것. <보르헤스의 말>은 New Directions 출판사에서 낸 <Borges at Eighty: Conversations>를 번역한 것이다.

 

보르헤스의 말 - YES24

눈먼 보르헤스에게 말은 유일한 소통 방식말하기는 글쓰기 못지않게 내밀한 언어 형식1980년에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여든의 나이로 대담을 위해 뉴욕, 시카고, 보스턴을 여행했다. 수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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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ges at Eighty

Jorge Luis Borges (1890-1982), Argentine poet, critic, and short-story writer, revolutionized modern literature. He was completely blind when appointed the head of Argentina's National Library. Willis Barnstone, professor, poet, and scholar, is the 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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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두 머리말. 왼쪽 인용문 때문에 책을 샀고, 오른쪽 인용문을 블로그의 소개 글로 썼다. (출처: 직접 촬영)
책의 첫 챕터 제목이 '비밀의 섬'이다. (출처: 직접 촬영)

 




미로 같이 신비한 작가, 보르헤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는 참으로 많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작가이다.

나보코프, 데리다, 푸코, 해럴드 블룸 같은 이들이 극찬한 대문호이자, 뭔지 모르겠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선각자로 불릴 정도로 사상사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친 인물이기도 하고, 시력을 잃은 뒤에도 글쓰기를 계속했다든가, 백과사전적인 지식으로 문학계 밖의 지성들과도 활발하게 교류했다든가 하는 가히 '전설적'이라 할만한 특징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의 글이 미로와도 같이 난해하고 신비롭기 때문이다.

 

실명한 노년의 보르헤스. 유전적 요인으로 인해 서서히 시력이 감퇴하다가 55세에 결국 실명하였다. 실명한 후에도 짧은 시나 운문을 머릿속에서 편집하거나 주변인에게 대필을 부탁하며 글쓰기를 계속했다. (출처: BBC)

 

해체주의 철학자 '자크 데리다'와 대화하는 보르헤스. 보르헤스는 데리다 철학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평가된다. (출처: Florence Giani 블로그)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 관장 시절. 관장이 되기 전에도 사서로 일하며 지하 서고에서 눈이 멀도록 책을 읽어댔다고. (출처: Pastpictures)

 



보르헤스의 대표적인 단편집으로 <픽션들>과 <알레프>가 있는데, 여기에 수록된 대표 단편들 몇 개만 살펴봐도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쓴 글일까...?'하는 궁금증이 저절로 든다.


<알레프>, 아베로에스의 탐색

 

보르헤스 <알레프>, 실패할 수밖에 없는 '아베로에스의 탐색'

보르헤스의 대표 단편집, <알레프>의 작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난해한 보르헤스의 작품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지, 최낙원 교수님의 글을 빌어 저번 포스트에 간단히 정리해보았다. 보르헤스 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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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프>, 아스테리온의

 

보르헤스 <알레프>, 가련한 '아스테리온의 집'

보르헤스의 대표 단편집 중 하나인, <알레프>의 수록 작품들을 읽고 정리하고 있다. 첫 번째 포스팅에선 최낙원 교수님의 글을 빌어, 난해한 보르헤스의 작품들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지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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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프>, 독일 레퀴엠

 

보르헤스 <알레프>, 인류의 '독일 레퀴엠'

보르헤스의 대표 단편집 중 하나인, <알레프>의 수록 작품들을 읽고 정리하고 있다. 최낙원 교수님의 글을 빌어 보르헤스를 무턱대고 읽기 가장 쉬운 방법에 대해, 그리고 보르헤스가 그 깊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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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들>, 바벨의 도서관

 

 

<픽션들>, 기억의 천재 푸네스

 

보르헤스 "상상력은 기억과 망각 속에서 태어난다"

[김찬곤의 말과 풍경 20] 기억에 관한 이야기①- 푸네스의 완전한 기억과 소설의 본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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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이야기꾼 할아버지, 보르헤스

그래서 그의 말 또한 난해하고 현학적일 것이라 생각하기 쉬운데, 막상 그의 인터뷰집 속 말들을 살펴보면 영락없는 동네 이야기꾼 할아버지의 말투라는 걸 알게 된다. 미디어에 노출된 외양을 봐도 유약하고 인심 좋은 동네 할아버지 같이 생겼다.

영락없는 노신사 모습의 보르헤스 (출처: Pocket Cultures)

 

보르헤스와 그의 두 번째 아내인 마리아 코다마 (출처: Efemerides, Alchetron)

 


보르헤스의 비서이자 두 번째 아내마리아 코다마는 보르헤스보다 무려 37살이나 어렸는데, 보르헤스가 죽기 두 달 전 그와 결혼한다. 혹시나 이에 얽힌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다음 포스트 참조.

 
 

보르헤스의 두 번의 결혼 - 엘사, 그리고 마리아 코다마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알레프>, <픽션들>로 대표되는 단편집으로 잘 알려져 있는 대문호이기도 하고, '거짓 사실주의'라 불리는 독특한 작품 세계로 데리다나 푸코 등의 사상가들에게도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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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헤스와 직접 인터뷰를 하며 인터뷰집을 편집하기도 한 윌리스 반스톤은 보르헤스의 목소리를 '바리톤'이라 하는데, 중후하고 근엄하며 젠체하는 목소리라기보다는 '진지함과 장난기를 오고 가며 거칠 것 없이 달관한 속내를 털어 놓는' 동네 이야기꾼 할아버지의 목소리랄까.

1917년에 William Buckley와 진행했던 아래의 인터뷰 영상이 좋은 예시인데, 보르헤스가 '나는 내 작품이 싫다. 노벨상을 받을 자격이 없다.'는 논지의 말을 하자, 인터뷰어는 '그럼 노벨상을 공식적으로 거절하시는 건가요?'라 묻고, 보르헤스는 '혹시라도 노벨상을 준다면 관대한 실수라 여기고 게걸스레 받겠다'고 응수한다.​

 

윌리엄 버클리가 진행했던 인터뷰쇼 Firing Line에 출연한 보르헤스

 

이쯤 되면, 생소한 환상적 사실주의 기교와, 백과사전적 인유(allusion)가 가득한 그의 '글'을 읽기 전에, 동네 할아버지처럼 썰을 푸는 듯한 그의 '말'에 먼저 한번 직접 부딪쳐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보르헤스에게 OO이란?

보르헤스의 말에 부딪쳐 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마도 직접 질문하는 것이겠다. 서어서문학, 혹은 문학을 전공한 사람이라면 (우리가 모르는) 다양한 언어와 문학 작품들의 아름다움에 대해 질문을 하겠지만, 나를 포함한 일반 독자들이 보르헤스의 글에서 느끼는 호기심과 궁금증들은 사실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그건 보르헤스가 글에 담아내고 싶어했던 문제 의식과 상징, 그리고 (변덕스럽고 임시적인) 해답들이 어느 정도 반복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르헤스, 당신에게 OO이란?'하고 직접 질문한다고 생각하며 그의 인터뷰들을 다시 읽다보면, 우리 동네 할아버지 보르헤스의 장황해보이는 썰들이 황현산 평론가의 말처럼 '논리성과 구체성'을 확보하는 걸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아래 질문들이 부디 재미있는 질문들이길, 그래서 보르헤스 덕후를 양산하는 데 아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빌어본다.


1. 보르헤스에게 '불멸'이란? - 보르헤스의 말 #2

2. 보르헤스에게 '미로'란?  - 보르헤스의 말 #2

3. 보르헤스에게 '망각'이란? - 보르헤스의 말 #3

4. 보르헤스에게 '사실'과 '허구'란? - 보르헤스의 말 #4

5. 보르헤스에게 '문학'이란? - 보르헤스의 말 #5

 

#2 보르헤스에게 '불멸'이란?

 

보르헤스 인터뷰집 <보르헤스의 말> #2 - 보르헤스에게 '불멸'이란?

마음산책이 번역-출간한 보르헤스의 인터뷰집, <보르헤스의 말>을 읽어보고 있다. 난해하고 미로 같은 글 뒤에 숨겨진, 동네 이야기꾼 할아버지 같은 보르헤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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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보르헤스에게 '망각'이란?

 

보르헤스 인터뷰집 <보르헤스의 말> #3 - 보르헤스에게 '망각'이란?

보르헤스의 진솔한 목소리를 직접 들어볼 수 있는 그의 인터뷰집 <보르헤스의 말>을 읽고 있다. 난해한 단편들의 저자답지 않게, 유머러스하고 장난끼 가득한 말투로 썰을 푸는 동네 할아버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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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르헤스에게 '사실'과 '허구'란?

 

보르헤스 인터뷰집 <보르헤스의 말> #4 - 보르헤스에게 '사실'과 '허구'란?

보르헤스의 인터뷰집 <보르헤스의 말>을 읽어보며 아래 질문들을 던져보고 있다. 보르헤스의 작품을 읽었다면 누구나 궁금해할 법한 주제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인터뷰 속 보르헤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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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보르헤스에게 '문학'이란?

 

보르헤스 인터뷰집 <보르헤스의 말> #5 - 보르헤스에게 '문학'이란?

보르헤스의 인터뷰집 <보르헤스의 말>과 그의 대표 단편 작품들에서 아래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보고 있다. 보르헤스를 직접 만날 수 있었다면 누구나 물어봤을 법한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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